💬보랏빛 옥수수는 발각되지 않았다
-광복 80주년 을사년
배정빈
밤마다 아버지는
침묵을 뒤집어쓰고
압록강 건너
만주벌판 서로군정서를 향해 달렸다
주먹보다 단단한
보랏빛 옥수수 한 줌
겹두루마기 안주머니에 숨기고
일제 순사의 호루라기를 앞질렀다
찐 옥수수는 장터에서 남았고
아이들의 허기를 다 막지 못했다
어머니는 말없이 솥뚜껑을 닫았다
아버지는 그날 이후 사라졌다
지도에서 지워진 나라처럼
피 묻은 발뒤꿈치의 기척만 남고
“독립”은 해바라기 씨처럼
1945년 여름에서 겨울로 쪼개졌다
반민특위는 해체되었고
그날의 일제 순사들은 호적을 갈아타며
이름을 새로 달고 밀어주고 끌어주고 출세했다
관공서 벽에 그 얼굴들이 웃고 있다
나는 기억한다
마주하고 앉았던 자들의 얼굴을
그들은 지금도
태극기 아래에서 입을 다물고 있다
문밖까지 따라온
토종 옥수수 몇 알
어머니가 기다리던 그 날의 부엌, 솥 안에서
여전히 보랏빛으로 익어가는 오늘
발화의 흔적,
불씨는 꺼지지 않았다
배정빈2022년 《시와 문화》 신인상 등단, 전자시집『고마리꽃
연가』, 장편소설 『썬더맨』 발간. 2024년 《시와 문화》작가상 수상.

thunderman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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19h ago
광복80주년 입니다. 올해는 내란을 제압한 해이기도 합니다.
🗽
운동 하고 왔네요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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김산상
23-03-04
12
rio
23-03-04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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🗽
간만에 주말인데..
22
Teslang
23-03-04
12
🗽
출첵 용1?!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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김산상
23-03-03
11
🙈
키보드 버그 찾아냄
4
휀라디언트
23-03-03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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☀️
[투표인증]&[오운완] 3일차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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아갸갸
23-03-03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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3
Mr.DU
23-03-03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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🍔
삼겹살대신 갈비 ㅎㅎ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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Teslang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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MinJun.Kim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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MinJun.Kim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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camp
23-03-03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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🍔
오늘도 역시 점심은 구내식당.
8
아놀드ek
23-03-03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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HoD Official
23-03-03
10

🙈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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4
St. Basilio
23-03-02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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camp
23-03-02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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김산상
23-03-02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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St. Basilio
23-03-02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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